디지털에듀타임즈는 모든 배움을 돕는 강사, 작가, 대표님과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고 <포커스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좀 더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포커스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디지털에듀타임즈 조병옥 기자] 아이가 빈 종이 앞에서 멈췄을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독서일까, 더 정확한 첨삭일까.
다산글자람국어논술 홍희경 원장은 아이들의 쓰기가 어려운 이유를 뭔지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지,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운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 낯선지에 다른 원인에 다른 처방을 제시합니다 .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26년째 아이들을 가르쳐 온 홍 원장은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과정을 하나의 배움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이번 포커스인터뷰에서는 아이가 자기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는 그의 교육 철학과 글자람국어논술이 지향하는 수업을 들여다봤다.
Q. 독자분들께 원장님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주세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글자람 원장 홍희경입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26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깨달은 것은 아이마다 생각이 자라는 속도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아이는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데 능숙하지만 글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어떤 아이는 말수가 적어도 글 속에 자신만의 깊은 생각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서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이가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Q.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글자람의 글쓰기 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독서와 논술을 가르치면서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읽기를 충분히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있습니다. 독서가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야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금 가진 경험과 생각으로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량이나 학년에만 얽매이지 않고 아이의 표현 수준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글을 써보는 수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문학과 철학, 사회문제와 시사 이슈를 연결해 읽고, 토론하고, 자신의 관점을 글로 정리하는 수업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Q. 오랜 교육 경험을 ‘글자람’이라는 이름에 담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26년 동안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저만의 교육철학이 조금씩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 것인지보다 그 책을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 어떤 글을 쓰게 할 것인지보다 왜 그 글을 쓰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배움으로 경험하기를 바랐습니다. 그 철학을 담아 만든 이름이 글자람입니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을 넘어, 글을 통해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여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앞으로도 유행하는 교육법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아이들의 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하고, 그 답을 수업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Q. 아이들의 글을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과 글쓰기 과정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 수업에서 교사가 좋은 문장을 대신 만들어 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무엇을 쓰고 싶은지 발견하고, 생각을 정리해 자신의 문장으로 완성하게 하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아이가 글을 쓰지 못할 때 단순히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독서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인지, 생각은 있지만 정리하지 못하는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먼저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첨삭보다 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쓴 문장을 교사가 얼마나 멋지게 고쳤는지보다, 아이가 스스로 한 문장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 읽기와 글쓰기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힘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빠르게 읽고, 핵심을 찾고, 정답을 골라내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물론 중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세상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합니다.
얼마 전 중학생들과 시 쓰기 수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학은 비문학으로 가더라도, 인생은 문학으로 살아야 한다.”
비문학을 읽으며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학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감수성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지금의 글자람을 만들어 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제 이름을 건 교육 공간을 운영했던 것은 아닙니다. 방문수업으로 시작해 공부방을 운영했고, 이후 상가에 독립적인 교육 공간을 마련하면서 조금씩 지금의 글자람을 만들어 왔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좋은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되는 일과 교육 공간을 책임지는 운영자가 되는 일이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업의 질을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운영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제가 옳다고 믿는 교육 방향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결국 답은 늘 아이들에게 있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어진 생각을 발견하고, 자신의 문장을 완성한 아이의 표정을 마주하는 일이 저를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교육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쌓아 온 시간이 지금의 글자람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와 지금, 좋은 수업을 바라보는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주고 이해시켰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수업이 끝난 뒤 아이에게 어떤 생각과 질문이 남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교사가 열심히 설명하고 학생이 정답을 맞혔다고 해서 반드시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 보고, 친구의 다른 의견을 듣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깊어진다고 믿습니다.
아이들의 성장도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당장 완성도 높은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긴 교육 경력이 제게 남긴 변화입니다.
Q.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글을 잘 썼다는 칭찬보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삶을 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 야외 글쓰기 수업에서 한 아이가 글자람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글쓰기가 단순히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거나 논리적인 글을 완성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마음을 발견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뀐 사건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육의 변화가 반드시 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생각의 변화가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 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Q. 교육자로서 지칠 때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과 아이들입니다.
책을 읽다 좋은 문장을 만나거나 누군가의 새로운 관점을 접하면 여전히 설렙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질문이 새로운 수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자로서 지치거나 학원 운영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가르치는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제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저 역시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교육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교실 밖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있나요?
아이들에게 좋은 글쓰기 선생님이었던 사람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배웠던 문장이나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질문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자람만의 교육과정을 더욱 탄탄하게 완성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비영리 단체인 ‘독서학교 서유당’을 만들어 제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을 교실 밖으로도 확장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형편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오랜 꿈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고 배우며 성장하는 독서 공동체가 제가 꿈꾸는 서유당의 모습입니다.
10년 뒤에도 교실에서 아이들의 글을 읽고, 새로운 수업을 고민하며, 여전히 배우는 선생님으로 남아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아이들이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거나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일이 어렵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낯설고, 빈 종이 앞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아이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시작하는 지점은 다르니까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표현해 보는 경험을 계속 쌓아 가는 일입니다. 글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믿고 자기 언어로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싶습니다. 읽고 쓰는 힘은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