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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듀타임즈 유제니 기자] 『비혼주의자였습니다만 쌍둥이 아빠가 됐습니다』를 쓴 양원주 작가는 자신을 ‘여전히 부족하고 서툰 쌍둥이 아빠’라고 소개한다. 결혼과 출산이 자신의 삶에 없을 것이라 믿었던 그에게 부모가 된다는 것은 두려움을 안고 배워 가는 과정이었다.
2011년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그는 오랫동안 써 온 일기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의 기록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사적인 기록이 독자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바뀌기 까지의 과정과, 책을 함께 읽으며 가족 안에서 새롭게 시작된 대화를 서면 인터뷰로 들었다.
Q. 독자분들께 작가님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주세요.
저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여전히 부족하고 서툰 쌍둥이 아빠’입니다. 결혼도 출산도 제 인생에 없을 거라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2011년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15년을 아빠로 살았지만 아직도 아이 앞에서 저는 매번 처음을 겪는 기분입니다. ‘서툴다’라는 수식어를 고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육아를 능숙하게 해냈다고 자랑하기보다는, 겁 많고 서툴렀던 한 사람도 결국 아빠가 되어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죠. 그 ‘서툴다’라는 표현이 저와 제 글의 가장 솔직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이번 책은 어떤 이야기이며, 출간 이후의 근황은 어떤가요?
이번에 펴낸 『비혼주의자였습니다만 쌍둥이 아빠가 됐습니다』는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생각이 없던 2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어쩌다 결혼하고, 예고 없이 찾아온 쌍둥이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처음 만나 아빠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스물 한 살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왔고, 그중 결혼 후 쌍둥이를 만났던 시절의 기록을 추려 엮었습니다.
출간 소감은 한마디로 ‘신기하다’입니다. 비혼주의자였던 제가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으니까요.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 변화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으로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점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요즘은 회사를 다니면서 자녀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학교와 기관에서 학부모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보고 들은 일들이 늘어날수록 쓰고 싶은 이야기도 함께 쌓여 갑니다.

Q. 책 제목에 ‘비혼주의자’라는 말을 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목 한 줄에 책의 이야기가 모두 담기기를 바랐습니다. ‘비혼주의자였습니다만’이 반전의 출발점이고, ‘쌍둥이 아빠가 됐습니다’가 그 결과입니다. 결혼이 망설여지는 분들이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느끼고 손에 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였습니다만’이라는 어미는 특히 고심해서 골랐습니다. 그때는 분명히 그렇게 믿었는데 지금은 조금 머쓱하게 달라졌다는 뉘앙스를 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제목으로 시작했다가 여러 번 고쳐 쓴 끝에 지금의 제목에 닿았습니다. 제목만 보고도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Q.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핵심 메시지는 ‘준비되지 않아도 서툴러도 괜찮다’입니다. 저는 지금도 좋은 아빠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 곁을 지켜 왔습니다. 부모 노릇은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야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서툴게 곁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독자층은 두 부류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앞두고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께는 미화되지 않은 미리보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 곁에서 매일 부대끼는 부모님들께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공감과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Q. 가족의 기록을 책으로 남기게 된 계기와 집필 과정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결정적 계기는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의 기록을 남겨 놓자는 결심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옛날 일기를 들춰본 적이 있는데, 10년도 더 된 기록에서 그 시절의 두려움과 서투름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아이들이 “아빠, 우리 진짜 이렇게 키웠어요?”라고 묻는데, 이 기록을 우리 가족만 보고 덮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이 이야기가 남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법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분은 물론 이미 겪으신 분에게도 충분히 닿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거기에 더해, 미적미적하던 저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힌 건 AI로 만들어 본 표지 시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게 나와서 다시 써 보고 싶어졌죠.
Q. 25년 치 일기에서 책에 실을 글을 고른 기준은 무엇인가요?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가장 솔직하게 담긴 기록을 먼저 골랐습니다. 잘 쓴 글보다 서툴고 흔들리던 날의 기록이 읽는 분께 더 가까이 닿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순으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시간 순서도 함께 살폈습니다.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일기는 남에게 보여 주려고 쓴 글이 아니라서 부끄럽고 못난 모습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가족이 등장하는 부분은 가족과 함께 읽으며 조심스럽게 다듬었습니다.
그래도 서툰 모습을 덜어내면 이 책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판단해서, 부끄러운 장면도 가능한 한 그대로 남겼습니다.
Q. 책을 쓰기 전과 후, 글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나의 특별한 경험’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쌍둥이, 조산, 신생아중환자실처럼 흔치 않은 일들을 겪었으니까요. 그런데 쓰면 쓸수록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서툴고 겁이 나면서도 아이 곁을 지키려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이더군요.
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잘 쓴 글, 멋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솔직한 글이 결국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서툴렀던 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적을 때 독자분들이 더 공감해 주신다는 점을 이번 책을 쓰며 배웠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과 기억에 남는 반응을 소개해 주세요.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는 ‘캥거루 케어’입니다. 출산 과정에서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상반신을 벗고 2킬로그램짜리 아이를 맨가슴에 처음 안았던 그 순간만큼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어른보다 훨씬 빠르게 뛰던 작은 심장이 제 가슴으로 그대로 건너오던 느낌이요.
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며 쌓아 온 견고한 탑이 그때 무너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탑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애착이 가는 문장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쓴 ‘그 두려움을 안고서도 여기까지 계속 헤쳐 왔다’입니다. 좋은 아빠였는지는 지금도 확신이 없지만, 이 문장만큼은 거짓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서입니다.
독자들이 좋게 평가해주신 부분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적인 반응은 아이들의 질문이었습니다. 함께 원고를 읽다가 이것저것 궁금해하며 묻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지난 15년의 고단함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읽기 쉬운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쓰는 작가 말입니다.
차기작으로는 독서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년째 해마다 100권 읽기를 이어 가고 있거든요. 5년 뒤, 10년 뒤에도 매일 일기를 쓰고 SNS에 글을 올리는 꾸준한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바라는 세상도 있습니다. ‘나 같은 아빠’가 더 흔해져서 제 이야기가 그리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아빠의 육아가 유별난 사건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 되는 세상이요. 그날이 오기까지 제 책이 그 변화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 책은 “그러니 결혼하세요, 아이를 낳으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시든,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그 두려움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사람 중 하나였고요.
서툴렀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겁이 나는 분이 계시다면, 서툴러도 괜찮다는 말을 꼭 건네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