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밖에 기억 속에
칠흑 같은 어둠이 부른다
일하러 가자
호미 들고 몸빼 입고
마늘씨 둥구미에 담아
무덤 옆 손바닥만 한
밭으로 가자
흙을 파내 마늘 한 조각 넣고
흙 이불 덮자
환하게 웃는다
새벽 동트기 전
일하러 가자
하늘이 뻥 뚫려
세찬 비 고구마순에 떨어져도
상처 나지 않는 것처럼
맨몸으로 비를 맞자
연둣빛 여린 순
손톱 밑이 검게 물들도록 벗기어
장에 가자
환하게 웃는다
짙은 밤이어도 괜찮다
새벽이어도 괜찮다
비가 와도 괜찮다
일하러 가자
생때같은 자식 입에
따순 밥 한 숟갈 들어간다
일하러 가자
환하게 웃는다
또 웃는다
어머니

[한용수]
2017년 『문학바탕』 등단.
서울시인협회상 수상.
현 유치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