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원종린 수필 ‘그저 그렇게 보낸 여름날’에서 본 생명의 가치

민병식

충남 공주 출생인 수필가 원종린(1923-2011) 선생은 1965년, '현대문학'에 투고한 '연공상(年功賞)을 받으며'로 문학계에 입문, 지역 수필문학의 꽃을 피운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47년 수필가로 첫 입문한 그는 충청남도와 세종 및 대전 지방에서 호서문학의 원로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수필가이며 공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를 지냈다. 2000년대에는 그의 이름을 딴 '원종린 수필문학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수필가들을 선정하여 수여하고 있다.

 

작품의 서두는 여름의 뜨거움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부터 출발한다. 산 밑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작가의 집, 지인들도, 연탄 배달꾼도 좀처럼 방문하려 하지 않는 후미진 곳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외딴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사랑한다. 오동나무 가지, 풋감, 초가지붕의 박 덩굴,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시가지 풍경 등 작가를 행복하게 하는 여름의 요소들에 대해 나열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아주 차분하고 부드럽게 시작하여 서정적 분위기의 글이 내용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게 한다. 

 

물론 하릴없는 여름 나절,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견딜 재간이 없어 물탱크에 담겨있는 물이라도 좀 뿌려야 뜨거움을 견딜 수 있다 싶겠다는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숨이 턱턱 막히고 더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뜨거움 안에 함께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로 감정의 이입을 불러일으키는 등 음식을 만들 때 손맛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종린 작가의 개성이 녹아든 고유의 붓 맛이 있다. 작가는 우연히 개미를 관찰하게 된다. 

 

미니 용사들의 수송 작전이라고 표현하면서 많은 개미 떼들이 어떻게 모여서 질서 있게 공동생활을 하며 먹이들을 어떻게 저장하고 분해하고 사는지 험준한 벼랑과도 같은 3,4센티 높이의 턱을 미끄러져 떨어지고 하면서 끌고 올라가는 개미들의 투지를 찬양하고 그들의 토굴까지 왕파리를 끌고 가는 것을 마치 자신이 개미라도 된냥 한마음이 되어 응원한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내가 아닌 부모님의 불타는 향학열로 인해 서울로 전학을 가야 했다. 내게는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니 가방을 싸라는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로 그다음 날 단숨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서울로 상경을 하였다.

 

서울 청량리 시장에서 포목시장을 하던 어머니의 친척집에서 나의 서울 생활은 시작되었는데 서울의 집들은 왜 이렇게 똑같은지 귀가할 때 친척 할아버지의 집을 찾는 것도 매번 헷갈렸고 거리는 온통 시멘트 바닥으로 걷는 것 자체가 적응이 되질 않았을뿐더러 도로에는 왜 그리 차가 많은지 흙바닥과 경운기 소리에 적응이 되었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특히, 방과 후에 어울릴 친구가 없는 것이 가장 문제였는데, 늘 밤늦게 까지 함께하던 친구 들이 보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장독대 위에 올라가 고향 쪽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6학년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던 여름날, 마당에 앉아 고향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멘트 마당 구석진 곳에 개미 들이 일렬로 행진하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것인지 어디에서 빵 부스러기며 벌레의 사체며 자기보다 몇 배 더 큰 것을 옮겨 자신들의 거처로 옮기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기도 하고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다가 과자 한 조각을 개미집 근처에 떨어뜨려 놓았다. 오다가다 커다란 과자를 발견한 개미들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과자 주변에 망을 보는 개미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하고, 일개미 들이 새까맣게 몰려나와 과자를 한입씩 뜯어 굴로 돌아간다. 그 일사불란함과 부지런함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후로 개미들은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의 부하 들이 되었고 나는 그들을 먹여 살리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늘 혼자였기에 빵 부스러기나 과자 조각을 개미굴 근처에 던져주고는 개미를 관찰하는 것이 내 일과였다. 

 

작가가 본 개미와 내가 본 개미는 같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어릴 때 보았던 그 개미들과 똑같은 개미 들이 여전히 행진을 하고 지금이나 자신의 목표와 역할에 충실하다. 오고 가는 길에 장애물이 생겨도 먹이가 멀리 있어도 어떻게든 전진한다.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인생사나 개미들의 세상이나 치열함은 똑같다. 작가는 말한다. 

 

오늘을 사는 나도, 개미들도 무더운 여름, 결실의 가을, 눈 내리는 겨울, 그 속에서 움트는 봄, 여전히 세상을 항해 나아간다. 살아있다고 말이다. 수필 정신이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 때문에 세상을 영위하고 무엇 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가를 느끼게 하는 글로 기록하는 것이 수필이며 우리 시대의 수필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세상에 인간다움(humanism)을 실천하게는 시대의 도구로써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볼 때 원종린 선생님의 이 작품은 한낮의 더위를 생에로의 의지로 치환한 감동적인 수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11.04 11:04 수정 2026.11.04 11:52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부동산경제신문 부동산 30초 브리핑 2026년 11월 4일(수)
온라인 홍보부터 오프라인 광고까지! 사업장 홍보의 새로운 시작
사장님!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신규창업vs인수창업?
AI광고 영상 제작부터 광고 송출까지 가능한 광고대행사 준콤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뉴스 더초이스
합법적 채무탕감 개인회생!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개인회생상담 ..
️ 미국 핵심광물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한국엔 위기일까, 기회일까? ..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 행동하는 환경 저널 '에콜로지 코리아(EC..
선무도 #골굴사 #전통무예 #친일반민특위
소상공인 동행-대경배관수리편-
권리금 분석은 어떻게?
더초이스 비즈니스 어워즈 고객의 선택과 신뢰를 공식적인 브랜드 가치로 증..
[준콤] 서오릉장어대장_엘리베이터광고_30초(2026)
두산위브더제니스 부천, 더블역세권 49층 2,008가구 대단지 주목!
KTX·SRT 하나의 앱으로 예약!코레일+#KTX #SRT #코레일플러스..
계좌의 내 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친환경 캐릭터 굿즈로 소비자 마음 사로ᄌ..
독립 운동가 김시현
요즘 비트코인 근황
유기농 유정란 가격 비교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도는 어떻게?
허경환 유행어 총출동! 판촉물은 세종기프트
천재 강아지 다이빙
스프링힐스, 친환경 골프장으로 18ᄒ..
선무도 골굴사 #반민특위 #korean #독창성 #골굴사 #선무도 #..
해외부자들은 코인을 얼마나 들고 있을까? (2편)
귀농귀촌매뉴얼북이 PDF책으로 나왔습니다. 잎새영상
유튜브 NEWS 더보기

리더경제 | 국민연금 또 오른다…월급 300만 원이면 월 15만 원https://www.leader-eco...

리더경제 | 불법사금융 막은 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은 어디로 가나https://www.leader-eco...

리더경제 | 생산·소비·투자 모두 늘었는데…내 살림의 회복은https://www.leader-economy...

리더경제 ▶️청해부대 확대 검토…장병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나https://www.leader-econom...

리더경제스페인 고속열차 추돌 69명 사망https://www.leader-economy.kr/news/479...

리더경제 ️ 투표지 247만 장 열렸다https://www.leader-economy.kr/news/4796...

리더경제 사우디 ‘원유 최우선 공급’…우리 기름값도 내려갈까https://www.leader-economy....

리더경제 국민배우 최불암 29일 향년 87세로 별세https://www.leader-economy.kr/ne...

리더경제 김정은은 왜 단둥 자동차공장으로 갔나https://www.leader-economy.kr/news...

리더경제 밥 먹고 한복 입고 왕릉까지https://www.leader-economy.kr/news/4782...

리더경제 피해자는 왜 집을 떠나야 하나https://www.leader-economy.kr/news/478...

"2026년 12월 31일 고양시의 선택은?" 산황동 골프장 증설 15년 갈등… 환경도 살고 골프장도 사는 ...

[전남 워케이션] 함평 스톤델리아 리조트와 무안 황토갯벌 맨발축제 현장! - 뇌 피로를 리셋하는 울트라 어싱...

리더경제 차를 번쩍 든 로봇https://www.leader-economy.kr/news/478343#리더#...

리더경제 김정은 사망설 확산…군 행사 참석 보도https://www.leader-economy.kr/new...

리더경제 구급차는 왔다…그런데 국가는 함께 왔습니까?#리더#경제 #리더경제#민생국감#국정감사#응급의료#섬의...

리더경제 젠슨 황 옆 작은 오리https://www.leader-economy.kr/news/478341#...

리더경제 중동에서 공격받은 배…다음은 한국 주유소 가격표일까https://www.leader-economy....

리더경제한복은 언제부터 ‘특별한 날의 옷’이 됐을까https://www.leader-economy.kr/ne...

https://youtube.com/shorts/sKPghvw8N4g?si=mdrTykroYX6WXH9b